지은이: 박희봉

출판사: 논형

 

추석 연휴, 나름 알차게 보내리라 마음먹고 책을 몇 권 구입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집어든 책. '교과서가 말하지 않은 임진왜란 이야기'란 제목인데...워낙에 역사 관련 책을 좋아하는 터라 임진왜란에 대한 서적은 몇 권 이미 가지고는 있지만 이 책은 정말 '대박'이다.

 

지은이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물론 역사학자만 역사 관련 저술을 하란 법은 없다. (아 정말 다행이야) 그는 행정학을 전공하다가 논문의 참고 자료로 일본의 과거 기록(1924년인가... 일본 군부가 작성한 조선 관련 역사기록물이랬다.)을 보다, 우리가 관행적으로 알고 있던 임진왜란에 대한 인식에 의문을 갖고 이 책을 적었다고 한다.

 

동서붕당으로 인해 피폐해지고 무능한 조정, 지리멸렬한 관군(수군 빼고), 100년간 내전으로 인한 왜군의 막강 전투력, 국왕 선조의 무능과 시기심, 사대주의... 후손 입장에선 정말 낯 부끄러운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나라는 거덜나고 간신히 의병들의 활약과 수군의 승리, 그리고 명나라의 지원에 힘입어 왜군을 물리쳤다 라고 알고 있는 인식은 틀렸다! 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조선을 침략한 왜군의 총 병력은 28만... 그러나 7년 전쟁이 끝나고 일본으로 돌아간 병력은 8만여명... 나머지 20만명은 어떻게 되었는가??? 이 깜짝 놀랄만한 의문을 던진 저자는 제국주의 시절 일본 군부가 작성한 기록물을 토대로 차근차근 밝혀 나간다. 그리고 내리는 결론. 개전초기 첫 2개월간 파죽지세로 진격한 왜군의 승전.. 그러나 그것 뿐이었다라는 것이다. 병농일체의 나라 조선에서 관군과 온 백성의 완강하고 꾸준한 저항과 전투력으로 28만의 병력중 20만을 사상시킨 것이다. 과연 조선이 패배자라 생각해야 맞는 것인가?

 

의병들은 불굴의 용기로 적을 맞이하여 죽기로 싸웠으나 조선의 장수와 병사들은 무능하고 어리석어 적을 두고 뿔뿔이 흩어지거나 모래성처럼 무너지기만 하였던가? 500~800명으로 20,000명의 적을 상대한 부산성과 동래성 전투, 13,000명으로 22,000명을 상대한 임진강 전투, 5,000명으로 23,700명과 싸운 1차 평양성 전투, 1,000명으로 3,000명과 싸운 영원산성 전투, 3,800명으로 30,000명과 싸운 1차 진주성 전투, 10,000명으로 20,000명을 상대한 독성산성 전투, 2,300명으로 20,000명을 싸워 이긴 행주산성 전투, 5,800명으로 93,000명과 싸운 2차 진주성 전투....이 모든 전투들이 조선 관군의 전투이다. (의병들도 가세한 병력 수이긴 하다. 하지만 의병 만으로 싸운 기록까지 더하면 허다하다) 이렇게, 비록 압도적인 병력 열세로 패배가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운 전투들은 진주대첩/행주대첩 외엔 누구도 기억해주질 않는다. 이런 싸움들이 모이고 모여 28만의 침략군이 겨우 8만여만 살아 돌아간 것인데도 말이다.

 

임진왜란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침탈당한 부끄러운 역사에 머무르지 않고 총력을 다해 격퇴한 승리의 역사로.

지은이가 얘기하고 싶은 건 바로 이 것이다.

어찌보면 이 저자도 참 물건이다 싶다.  논문 참고자료에 필이 꽂혀 엄한 역사책을 쓰다니.

하지만, 국가가, 전문가가, 마땅히 해야할 역할을 가진 자가

하지 않아서 혹은 하려고 하지 않아서

개인이 나서 뭐든 하려고 하는게 이 저자 뿐이랴 싶다... (아 이런 책 얘기 하다가 딴데로 새면 곤란하다.. 참아야지.)

 

암튼, 오랫만에 신선한 기운이 확 올라오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는 것.

추석 연휴 책 고르기... 이만하면 성공이다. (나머지 3권도 기대 만발이다..ㅎㅎ)

Posted by 행복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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