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 그리고 이어진 아침 밥상 장면, 차 안에서의 대화 장면에서

나는 새삼 전도연이라는 여배우가 왜 칸의 여왕인지 깨달았다.

 

아슬아슬한 삶에 자신도 모르게 다가온 떨림. 믿기지 않은 가느다란 한줄기 빛. 그 빛이 정말 빛인지 아니면 숱하게 겪었던 허망한 기대인지.. 조심스레, 상처받지 않으려. 제일 밑바닥에 살지만, 그래서 '상처 위에 상처, 더러운 기억 위에 더러운 기억'이 삶이라는 걸 꺠친 여자이지만, 시궁창에 온 몸이 젖어 있어도 누구에게나 진정은 있고 누구에게나 삶에 대한 사랑은 있는 거구나를 느낀다. 켜켜히 쌓인 상처 위에 또다시 상처를 덧입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이 사람을 바라보며, 이 사람과 함께 나는 새로운 인생을 바랄 수 있을까, 자신에게 묻고 상대에게 묻고, 누군가에게든 답을 듣고 싶지만, 그 사람조차도 망설임과 불안에 결국은 어렵게 내비친 진심 한 조각 마저도 진심일리가 없다고 스스로를 부정한다. 아 그렇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는 이유로 다른 이에게 믿음과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것이 자신은 상대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 날카로운 비수에 의한 상처로 남는 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 특히 남여 간의 감정선인 것을.

 

영화 마지막 순간, 여자의 무너지는 울음은 그 자체로 이 영화의 핵심이고 전부였다. 명품 배우의 명품 연기는 빛을 발했지만 영화는 -개인적으로- 어정쩡한 결말로 감흥을 덜어버렸다. 남주인공의 배려는 또다른 감동이 될 수 있었는데 마지막 대사는 수수께끼같다. 감독은 무슨 의도로 그 마지막 대사를 넣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구태여 알아보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도연의 명품 연기에 감동한 영화. 그거 빼곤 별볼일 없음.

 

P.S. 그러고보니 전도연의 영화를 제대로 본 작품이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 유명한 '접속' 부터 '하녀', '밀양','집으로 가는길' 등등... 그 많은 영화 중에서 처음부터 제대로 본 작품은... 황정민과 함께 나온 영화...시한부 삶인 다방 여자로 나와 황정민의 순애보로 관객들을 울린 영화.. 뿐인 것 같다. 아.. 이런... 예의가 아닌 것 같은 기분. 죄송합니다. 전도연 씨. 앞으론 잘 찾아보겠습니다. (곧 개봉한다는 '협녀...' 영화는 안땡기긴 합니다. 아직까지는.. 제가 사극 영화라면 대체로 모두 좋아하는 편인데 말이죠... 긍정적이고 전향적으로 생각해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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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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