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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4.10.28 마왕을 애도하며
  5. 2014.10.23 가을 5
  6. 2014.10.13 전운
  7. 2014.09.04 눈부신 해질녘 1

짧은 생각들

마음 이야기 2015. 7. 30. 16:31

# 폭염 속에 간간이 내리던 소나기도 청량감을 느낄 수가 없다. 초록색과 황토색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단단한 도시에서 그들을 만나기 때문일까. 가슴 철렁하도록 시원한 소나기가 그립고 바람에 나뭇잎이 펄럭이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 휴가를 예정해 놓긴 하였지만 가족들과의 일정이 어긋나는 바람에 어떤 계획도 없다. 온전히 나 혼자에게만 덩그러니 주어진 시간이라면 그나마 홀연한 여정이라도 생각해보건만, 이번엔 그러지도 못할 것 같다. 눅눅한 방 한 쪽에서 책이나 읽으면서 폭염을 견뎌야 할 듯 싶다.

 

# 법륜 스님의 말과 글은 정말 늘 불안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단비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스님의 말씀처럼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살 수는 없겠지만 -내가 못한다고 '모든 사람들'로 일반화 시키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문득문득 접하면서 수시로 자신을 돌이켜 본다면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생활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어른이 보기에는 아이들이 아무리 성장해도 아이라지만, 가장 위험한 건 그들의 성장속도조차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의식과 생각의 눈높이를 맞추고 공감을 해주지 않는다면 그 무슨 배려를 한들 그게 진정한 배려일까 아니면 어른(부모?)로서의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기만족일까.

 

# 세상에 퍼진 구름이 너무 두껍고 넓어 파란 하늘을 온통 가리고 있다면, 그래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파란 하늘 자체가 남아있게 되지 않는다면, 아마 모두들 음울한 구름 아래서 살아가는 방법이 가장 정상적이고 평범한 생활이라고 인식하게 되겠지. 모든 색상과 의식과 습관이 그렇게 맞춰질테고... 지금 이 세상에 퍼져있는 부조리와 부정도 그러할까? 보신(保身)과 탐욕, 비상식이 정상인 세상이 너무나 슬프다.

 

# 다시 역사책을 읽고, 다시 철학 책을 읽는다.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내 자식들은 내 얘기를 들어줄 것이고 나는 내 자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얘기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만이 소심한 내겐 최선이다. 매주마다 차곡차곡 쌓이는 '시사IN'의 두께와 무게가 버겁지만 아직은 버릴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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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마음 이야기 2015. 7. 6. 22:51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캄캄한 방 안이 밝아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그 방이 백년 전부터 어두웠든 어제부터 어두웠든 불빛 하나 밝히면 어둠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이것이 깨달음의 원리입니다. 아무리 두터운 업장이라도 불법의 이치에선 작은 차별조차 없습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서는 업의 가볍고 무거움, 수행한 시간의 길고 짧음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법륜 스님의 금강경 강의 p.123

 

하지만 스님.

이 땅에는 순식간에 사라져야 할 어둠이 너무도 넓고 깊고 완강해요....

옳고 그름, 선하고 악함, 기쁨과 슬픔, 분노와 절망...이 모두가 '분별하는 마음',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하시는 스님..구구절절이 옳고 마땅한 말씀이지만 그렇게 해탈해버리기엔 이 각박하고 짐승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범부들이 너무도 가엾고 또 앞으로 살아가야 할 제 자식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걸 어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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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하세요

마음 이야기 2015. 6. 24. 09:07

불교철학에서의 가장 핵심적인 화두는 역시 싯다르타가 태어나자마다 외쳤다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온 세상 천지에 나혼자 잘났다 라는 선언처럼 들리긴 하지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스스로 홀로이 존귀한 존재라고 인식하고 선언하는 것. 그렇게 행동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의 모습. 스스로의 주인인 모습. 깨달음의 모습이 아닐까. 유학에서는 충효예의가 중요하여 군주, 부모, 스승, 남녀, 벗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와 그 도리를 확립하여 사회 속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사고하고 처신하는 것을 관습적으로 정의하고자 하는 것과 비교할때, 불교는 자아에 대한 깨닮음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차이이다.

 

당나라 시대의 중심 사상이었던 불교사상에 대해 송나라 시대에 들어와 유학의 르네상스를 꾀한 유학자가 주희다. 그가 절묘하게 유학과 불교를 융합하여 내놓은 것이 바로 주자학 혹은 성리학이라 불리우는 신(新)유학인데, 그 내용을 설명하는 예가 우리에게도 '월인천강지곡'으로 익숙한 '월인천강'이란 개념이라 한다.

 

월인천강(月印千江).

'달은 천개의 강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라는 뜻이다. 직역하면 '달이 천 개의 강에 도장을 찍다'라는 뜻이지만.

월인천강은 성리학의 핵심개념이다. 바다든 강이든 개울이든 항아리에 고인 물이든 접시에 담긴 물이든, 흐르는 물이든 고여있는 물이든 굽이치는 물이든, 달 그림자는 다양한 모습으로 비추지만 결국 본질은 하나의 달이고 그림자는 자기가 담긴 물의 형태와 속성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 뿐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형태와 속성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이 '리(理)'이고 본질적인 달 그 자체는 '성(性)'이라는 것이 理卽性 이론이고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 아마 성리학(性理學)의 어원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유학이면서도 불교적 흔적이 섞여있는 것이 주자학(성리학)이건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것이 신생국 조선에 건너와서는 교조가 되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만큼 뿌리깊은 사대의식이 부끄럽기도 하고.... 조선 선비에게 요구된 자질이 결코 문(文)에 치우치지 않고 문무겸비를 요구했다 한다. 선비들은 풍광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음풍농월에 시화만 즐긴 것이 아니라 활쏘기도 즐겨 하고 양인들의 씨름판에도 적극 참여했다는데 어쩌다 성리학이 관념적인 교조로 굳어버리게 되었는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적 갈등의 관점으로만 보았을때 조선의 역사는 사화-당쟁-세도로 이어지는 500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마도 그 과정에서 나름의 이론적 정당성 획득을 위해 성리학에 들어있는 '자아에 대한 통찰'은 사라지고 '권위와 질서에 대한 복종'만 강하게 작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성과 자기 혁신의 힘을 잃고 결국은 망국을 피하지 못했던 조선을 돌이켜보고, 다른 사상(불교, 동학, 천주교, 실학 등)은 결코 용납하지 못했던 편협한 교조주의의 역사를 되새기지 못한 결과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2015년의 대한민국도 그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나 돌아보면 암담하기 그지없다. 사회지도층은 부패와 비리, 서로서로 기득권과 권력의 씨줄낱줄을 '관행'이라 정당화하며 사상적 차별성은 '체제전복', '종북', '좌빨' 이라며 금기시한다. 역동적인 시민사회의 저항은 무뎌졌다. 4.19때는 중고등학생이 기폭제가 되었지만 30년이 지난 87년 민주화때의 중심 흐름은 대학생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현재, (수학문제같은) 순서대로라면 학생들이 아닌 시민들이 변혁의 기폭제이거나 중심이 되어야 하겠지만 그게 가능한 일일까. 중고등학생은 입시에 목매어 위태로운 사다리의 허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대학생들 역시 눈 앞의 미래조차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일반 시민들은 자신과 가족의 생계 뿐 아니라 생명까지도 스스로 지켜야 할 시대에 서 있으니.

 

결국 철학이라는 것, 사상이라는 것은 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이고 사회를 지키는 토대가 된다. 다시 불어오는 인문학의 바람이 그러한 깨달음에 이르지 않는다면 인문학 열풍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요즘 들어 다시 들여다 보게 되는 철학책들을 읽으며 가슴 속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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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보안정책이 어찌나 훌륭한지 이미지나 노래 링크 불가하여

그가 좋아했다던 노래의 가사만 옮기고 천천히 읽어본다.

안녕, 마왕.

 

 

민물장어의 꿈

- 작사/작곡/노래 신해철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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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마음 이야기 2014. 10. 23. 14:55



워크샵차 온 원주
몰랐던 가을이 눈 앞에 서 있다.
아. 참 무심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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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마음 이야기 2014. 10. 13. 15:30




저 멀리
도시를 에워싸고 산줄기 위에 대기하고 있는 구름 떼가
마치 진군의 나팔을 기다리는
창칼로 무장한 군대같이 느껴진다.

저들은
이 도시를 뒤덮어 비바람을 쏟아부을런지
아니면
평온을 남기고 물러갈런지

이제껏 사무실에서 모니터만 바라보며 숫자에 골몰하던 나를
머쓱하게 만드는 풍경이다.


도시가 아닌 광할한 초원위에
저 산과 구름이었다면
이 자리 이대로 작은 텐트 하나 치고
주저앉아 나도 함께 노려보고 싶건만.

아깝다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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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화상회의 도중에
문득, 진짜 아무 의도없이 고개를 돌리다 창밖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눈부신 일몰과 도시의 실루엣
마치 거대한 폭발의 섬광과도 같았다.
(SF영화룰 너무 많이 봤나보다)

순간의 장엄함
찰나의 기억

# 아이폰으로 사진을 올리다보니 사진 크기가 어떨지 도통 모르겠다.
게다가 지저분한 창문 너머로 찍었더니 화잘도 구리다. 아.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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