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가 발생한지 2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9.11의 트라우마가 미국 역사에 있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적과 아군이 분명치 않은 전쟁 -민간인이 어느 순간 적(테러리스트)로 돌변하는 전쟁에 미국이 얼마나 예민한지 알겠다. 그야말로 베트남에서의 악몽이 또다시 소환되는 게 아닌가 할 정도일 거다. 

 

'다수의 안전을 위해 소수에 대한 인권 제약'을 실행함에 있어서 -그것을 용인하느냐 여부는 차치하고- 절차적 정당성의 확보가 과연 어느 정도나 중요한 것일까. 긴급성의 측면에서 선조치 후보고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즉각적인 조치가 완료된 이후 과연 '후보고'가 철저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권력 혹은 권한자의 폭력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선조치' 자체가 무의미하거나 불필요해지는 것은 또한 아니라는 생각이다. 당장 눈 앞에서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면 당장 도와주어야지 절차를 지키기 위해 신고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소수의 인권'이고, 과연 선조치가 필요한 긴급성이 인정되느냐, 그리고 선조치 이후 적절한 보고 및 절차의 진행이 완결되었느냐 이겠지. 

 

소수 혹은 특정인에 대한 인권 제약이라는 측면은 동일하지만, 그 목적과 배경이 '다수의 안전'이 아니라 '정의(Justice)의 구현'이라면? 예를 들어 범죄자의 증거 조작 및 인멸, 도피, 사실왜곡 등등이라면? 이 경우에도 물론 필요한 경우 선조치 후보고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요즘 한창 이슈인 이 모 중앙지검장에 대한 중앙지검 검사의 고소 뉴스를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모든 언론이 '불법 출국금지'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김학의 라는 이름 석자가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이러저러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이름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수사 역시 지지부진하고 모호하다는 것도 말이다. 그런 사람의 출국을 금지한 것이 자신의 부하로부터 기소당하는 이유이고, 기소 당한 지검장의 입장은 '선조치'인 것 같다. 자...그럼 선조치 이후 후보고(후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게 불법이란 건가, 선조치 자체가 불법이란 건가? 분위기 상으론 후자인 것 같다. 더 지켜봐야 겠지만 (솔직히 지켜보기 싫음) 이 나라에서 검찰이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보면 가히 검찰공화국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로 만들면 절대 안될 것 같다. 권선징악이 있을 수가 없으니.  

Posted by 행복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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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그런 B급 SF인줄 알았으나

되새겨보면 나름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간혹 만나곤 한다.

특히,SF 영화들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던지는 것 같다.

 

[다크시티 Dark City]

개봉: 1998년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출연: 루퍼스 스웰, 윌리엄 허트, 키퍼 서덜랜드, 제니퍼 코넬리









외계생명체로 보이는 '그들(이방인)' 이 도시를 건설하고

그 안에 사람들을 데려다놓은 뒤 매일 자정만 되면 사람들의 기억과 도시를 재구축하며

실험을 반복한다. 집단으로서 지식과 기억을 공유하는 그들은

개별 개체로서 기억을 갖는 인간의 '영혼'을 연구하는 실험을 매일 반복한다.

주인공은 유일하게 그들의 능력이 먹히지 않을뿐 아니라 그들과 맞먹는 정신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들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과학자의 도움으로 결국 그들을 무력화시키고

매일 그들에 의해 주입되는 기억이 아닌 스스로의 기억으로 살기 위한 자유를 되찾는 싸움을 해나간다는 내용이다.

1998년 작품이라 CG도 지금의 눈높이로 보면 조악한 편이고

주인공의 뜬금없는 능력치에 대한 설명이나, 도움을 주는 과학자의 정체성 등의 자잘한 부분은 있으나

인간 개별이 갖는 영혼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라는 주제는 제법 강렬하다

 

[익스팅션.종의 구원자 Extinction]

개봉: 2018년
감독: 벤 영
출연: 마이클 페나, 리지 캐플란, 마이크 콜터, 엠마 부스











이건 극장개봉작은 아니고 넷플릭스 개봉영화인데, 반전이 장난 아니었다.

주인공의 계속되는 악몽. 어딘가 이상한 정신치유 병원. 악몽과 똑같은 외계생명체의 침략...

막강한 외계생명체의 공격 앞에 사람들은 죽어가고 도망치는 와중에 주인공 일행은

어떻게(?) 미리 대비를 하고 있던 동료들과 합류하게 되고

또한 외계생명체 한 명을 사로잡게 된다.

외계생명체를 무력화시킨 뒤, 그 헬맷을 벗겼을때 나타는 모습은...바로 '인간'의 모습!

똑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의 말을 하는 그 '외계인'은 아내를 치료해야 하는 주인공과 함께 남게되고

아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외계인이야말로 원래 지구에 살던 인간들이고

자신들은 인간에 의해 탄생한 AI 안드로이드인데 인간과 전쟁을 벌인 후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화성으로 쫓겨난 인간은 몇 세대 이후 지구를 되찾기 위해 공격해 온 것이라는 것이었다.

영화는 결말을 보여주지 않지만, '외계생명체(사실은 인간)'를 피해 대피장소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침략자를 물리치고 자신들의 고향 지구를 기필코 지키겠다는 '현생 인류(사실은 AI 안드로이드)'들의 다짐을

보여주며 이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이쯤되면... 주인공의 시점으로 영화를 따라가던 나 역시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과거의 고향/조국을 되찾기 위한 원 주인들의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침략은

실제 우리 세계사에서도 흔했던 일이고,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곳곳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특히 인간과, 스스로를 인간으로 알면서 인간과 다름없는 인간성으로 사는 AI안드로이드는

신체구조 외엔 영화 내 설정에선 조금도 차이가 없다. 그럼 어느 쪽이 정말 인간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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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영화 이야기 2019. 10. 17. 19:41

회사 동료들과 영화 '조커'를 봤다.
충격적이다.
출구없는 상황이 사람을, 사회를 얼마나 절망과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는지
이 영화만큼 적나라할까.

함께 본 동료가 "좌파 영화네" 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이 영화는 왜 좌파가 필요한지 웅변하는 영화다.
분배와 정의, 공정 그리고 보편적 사회안전망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좌파라면 말이다.
Posted by 행복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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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뿌리는 튼튼하고 완강하며 깊고 넓다. 세상은 그들이 만들었으며 그들이 지키고 있으며 그들을 위해 움직인다. 그래서 이 나라는 그들의 나라이며 그들은 자신들의 희생과 봉사로 이 나라가 세워지고 유지되고 있음을 믿는다.

 

영화 '변호인'에서 고문경찰이 지니고 있던 '국가에 대한 신념'은 이 영화 '소수의견'에 등장하는 검사가 지닌 '국가에 대한 신념'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의 철옹성같은 '애국심'과 엘리트주의. 그것이 가능한 그들만의 사회 시스템..(국가를 위해) 그래서 네가 한 일은 뭐야? 라고 묻는 저 표정 안을 보며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다수이면서도 다수로 살아가지 못하는 우리들 대다수와 달리, 소수이면서 다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세상... 영화를 보면서 평화와 정의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참으로 순진한 환상이란걸 느낀다. 뒤엎지 않는 한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뒤엎을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은 세상...결국 끝이 어디일지 모른채 다 함께 질주할 뿐이다. 설국열차처럼 언젠가는 다함께 종말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남주가 사건을 맡고 매달리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온 몸을 내던져 완강한 권력과 맞서 싸운 동기가 불분며했다는 것을 제외하곤, 지나치게 리얼해서 놀랐다. 용산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 (아마도 용산은 이보다 더 치열하고 숨막힌 현장이었을테지) 라는 점에서도 집중하게 되었지만 소신있는 기자와 그를 밀어주는 데스크, 남주에 대한 변호사협회징계를 무산시킨 영감님(?) 등의 존재는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거 같다. 현실에선 이런 싸움이 이렇게 커지지도 않을 것이고, 이렇게 선전할 수도 없을 것이다.

 

내가 너무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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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그리고 이어진 아침 밥상 장면, 차 안에서의 대화 장면에서

나는 새삼 전도연이라는 여배우가 왜 칸의 여왕인지 깨달았다.

 

아슬아슬한 삶에 자신도 모르게 다가온 떨림. 믿기지 않은 가느다란 한줄기 빛. 그 빛이 정말 빛인지 아니면 숱하게 겪었던 허망한 기대인지.. 조심스레, 상처받지 않으려. 제일 밑바닥에 살지만, 그래서 '상처 위에 상처, 더러운 기억 위에 더러운 기억'이 삶이라는 걸 꺠친 여자이지만, 시궁창에 온 몸이 젖어 있어도 누구에게나 진정은 있고 누구에게나 삶에 대한 사랑은 있는 거구나를 느낀다. 켜켜히 쌓인 상처 위에 또다시 상처를 덧입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이 사람을 바라보며, 이 사람과 함께 나는 새로운 인생을 바랄 수 있을까, 자신에게 묻고 상대에게 묻고, 누군가에게든 답을 듣고 싶지만, 그 사람조차도 망설임과 불안에 결국은 어렵게 내비친 진심 한 조각 마저도 진심일리가 없다고 스스로를 부정한다. 아 그렇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는 이유로 다른 이에게 믿음과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것이 자신은 상대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 날카로운 비수에 의한 상처로 남는 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 특히 남여 간의 감정선인 것을.

 

영화 마지막 순간, 여자의 무너지는 울음은 그 자체로 이 영화의 핵심이고 전부였다. 명품 배우의 명품 연기는 빛을 발했지만 영화는 -개인적으로- 어정쩡한 결말로 감흥을 덜어버렸다. 남주인공의 배려는 또다른 감동이 될 수 있었는데 마지막 대사는 수수께끼같다. 감독은 무슨 의도로 그 마지막 대사를 넣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구태여 알아보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도연의 명품 연기에 감동한 영화. 그거 빼곤 별볼일 없음.

 

P.S. 그러고보니 전도연의 영화를 제대로 본 작품이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 유명한 '접속' 부터 '하녀', '밀양','집으로 가는길' 등등... 그 많은 영화 중에서 처음부터 제대로 본 작품은... 황정민과 함께 나온 영화...시한부 삶인 다방 여자로 나와 황정민의 순애보로 관객들을 울린 영화.. 뿐인 것 같다. 아.. 이런... 예의가 아닌 것 같은 기분. 죄송합니다. 전도연 씨. 앞으론 잘 찾아보겠습니다. (곧 개봉한다는 '협녀...' 영화는 안땡기긴 합니다. 아직까지는.. 제가 사극 영화라면 대체로 모두 좋아하는 편인데 말이죠... 긍정적이고 전향적으로 생각해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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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에바그린..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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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Daum영화)

 

정말....

환상적이다 라고 할 수 밖에...

 

한가지,

영화 속 저 우주선의 이름이 '인듀어런스(INDURANCE)

20세기 초 남극탐험중 조난 당했으나 '위대한 실패'로 기억된 어니스트 새클턴의 남극탐험 속 배 이름이다.

감독은, 아니 작가는

그 의미를 부여하고자 우주선의 이름을 지었을까

잠깐 생각해본다.

 

 

Posted by 행복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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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Daum 영화)

 

베테랑 해난구조대원의 이야기. '가디언'

공교롭게도 이 영화의 주인공도 케빈 코스트너다. 연거퍼 그의 영화 이야기만 적는건 어떤 의도도 없는 순전한 '우연'.

 

치열한 훈련을 통해 구조대원으로 성장하는 젊은이들이 있고

그들을 훈련시키는 베테랑의 살신성인이 있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이들의 숭고함을 드러내는 영화적 흐름이 뻔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의도된 감동에 동조하는 것은 현실 속에서 타인을 위해 생명을 거는 이들이 엄연히 존재하며, 더더욱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그들에게 마땅한 존경과 대접을 외면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특히나, 해난 사고에 투입되는 구조대원의 이야기는

아직도 선명한 4월의 세월호를 더더욱 선명하게 떠올리게 했다.

영화를 보면서 현실이 보였고,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채 가슴이 아려오고 슬픔이 감상을 방해했다.

 

영화 속 그들은, 어쩌면 영화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럴지 모르지만, 온전히 자신들의 임무에 집중한다.

죽음을 판단하는 것은 자신들의 몫이 아니라고 배우며, 죽었다고 생각될 지언정 의사의 판단이 기다리는 병원에 후송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는다. 컨트럴타워나 구조헬기의 조종사들도 현장에 서있는 구조요원의 판단을 최우선으로 믿고 그에 따른다. 그것들이 하나의 팀웍이 되고 전설이 된다. 현실도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뉴욕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때 현장의 지휘관은 대통령도 주지사도 아니었고 뉴욕시 소방대장이었다는 사실은, 그것이 단순한 영화적 설정이 아니라 현실의 투영이라는 것을 잘 알게 해준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컨트롤타워는 아예 없었다. 정치인과 관료에 대한 보고와 의전이 현장보다 우선이었고, 현장에선 장비는 커녕 사명감있는 책임자조차 없었다. 그 결과가 300명에 이르는 생목숨의 수장이었고, 국가와 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수장이었으며, 결국 그것은 탐욕과 부패, 보신주의에 대한 면죄부로 되돌아 올 것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용산의 참사도, 천안함도, 쌍용차의 죽음의 행진도, 세월호도 뒷날 우리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어두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나는 물을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서워한다'가 맞을 것이다.

딱히 물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는 건 아니지만, 원체 소심한데다 겁도 많아서 발이 땅에서 떨어져 있는 것을 못견딘다.

어떤 이들에겐 중력의 제한을 벗어나 온 몸을 이용한 유영에서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여튼 나는 그렇지 못하다. 이제라도 수영을 배우면 나아지려나?

 

어릴 적에는 시골마을 냇가에서 개헤엄도 치고 잠수도 하고 물고기도 잡고 했지만, 땅에서 발이 떨어져 내가 내 몸 하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참질 못하고 불안해 한다. 나는 그래서, 만약의 경우,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물로 뛰어들어야 하는 순간이 일생 동안 내게 닥치질 않길 진심으로 바래고 산다. 아무도, 심지어는 국가조차도 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이 소멸된 현실에서, 물에 대한 불안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다니...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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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Daum 영화)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3 Days to kill'

포스터나 시놉시스를 보면 딱 그만그만한 액션영화다. 그러려니 하고 케빈 코스트너에 대한 호감만 믿고 보았으나 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뭐냐 이거, 그만그만한 액션영화가 아니잖아???

 

늙고 병들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전직 요원의 마지막 임무....(최대한 스포가 안되려 노력중. 적어놓고 보니 또 그만그만한 액션 영화의 카피 같네. =.=) 뭐 어쨌든 액션과 가족이라는 두 축으로 전개되는 영화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가족, 그리고 반항기 어린 10대 딸과의 소통을 위한 우리의 주인공 아빠 에단의 모습은 액션에 가리기는 커녕 되려 액션을 가리고 있다.

 

10대 딸에 대한 부성애와 액션을 함께 다룬 영화로는 그 유명한 '테이큰'을 꼽을 수 있겠는데 실상 '테이큰'에서 딸과의 관계는 액션을 위한 동기, 액션의 이유에 불과했다. '3 Days to kill' 에선 10대 딸(그리고 가족)의 곁으로 다가가려는 아빠의 다양한 모습이 영화 내내 실감나게 보여진다. 딸의 남자친구에 대한 어정쩡함, 핸드폰 벨소리, 파티장까지 찾아가는 보호본능(?), 그리고 압권은 자전거다. 딸의 노골적인 거부의 상징인 '자전거'를 둘러싼 갈등과 화해는 그 절정이었다. 자전거를 타게 하려고 구차할 정도로 챙기는 아빠, 정 떨어진다는 듯이 거부하는 딸, 그러다 결국 딸이 자전거를 거부하는 이유가 밝혀지고 결국 자전거로 서로 화해를 하게 되는 그 장면이 정말 찡했다.

 

아, 물론 액션은 액션영화 다웠다. 아빠 에단에게 임무를 부여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알면서도 바람처럼 나타나곤 하는 그 늘씬 미녀의 캐릭터는 좀 의아하긴 했지만, 뭐 그녀를 무시하고 보아도 좋을 만큼 괜찮은 스토리다. 다른 캐릭터들... 즉, 제거 대상이지만 두 딸에 대한 애정이 철철 넘친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지 않는 중간보스라던지, 프랑스의 그 유명한 빈집점유자 가족이라던지...이들 캐릭터를 보는 것도 쏠쏠했다.

 

믿고 보는 배우라고 하기엔 실패작들이 많긴 하지만 (실패작들이 다 졸작이란 뜻은 아님. 물론 졸작도 있었지만 ^^) 케빈 코스트너는 몇 편의 영화로 깊이 기억되는 배우다. 내게 있어서 케빈 코스트너의 대표작은 '보디가드', '꿈의 구장', '퍼펙트월드', '늑대와 함께 춤을' 정도... 아 'JFK'가 빠졌구나... 이 영화에서 케빈 코스트너의 이미지는 원숙해진 중년, 이젠 늙고 둔해졌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견뎌내려는 아버지의 이미지이다. 생각해보니 금년에 개봉한 '폴리스스토리 2014'의 성룡과도 똑같다. 그 이미지... 참 좋다.

 

영화를 보고 난 생각 두 가지

1. 어릴 때 잘해줘봐야 아무 소용없다. 나중에 우리 딸이 저만큼 자라서 '아빠가 나에 대해서 뭘 알아?' 하는 소리

   안들으려면 기억도 못할 나이에 정성 쏟는 것보단 조금 컸을 때 더 잘해야겠다.

2. 종적을 감춘 딸을 찾아내려면 클럽도 잘 알아야 하고, 누구 족치는 법도 알아야 하고, 빠릿빠릿한 놈 서넛과도

   맞짱 정도는 뜰 수 있어야 겠구나. 

하~~ 한숨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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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Daum영화)

 

케이트 베킨세일 이란 배우를 참 좋아한다. 레이첼 와이즈와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외국여배우 쌍두마차이다. (그 다음이 에바 그린과 매를린 스토우, 르네 루소 정도.) 하여튼, 케이트 베킨세일이 출연한 영화는 가급적 찾아보는 편이다.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는 음... 한 미모+몸매인 것도 이유가 되고(쿨럭!) 왠지 순수해 보이면서도 지적인 이미지인 것도 이유가 된다. 이유를 두 가지만 대면 왠지 속보일 것 같아 굳이 하나를 더 대자면 지금까지 보아온 그녀의 출연작 중에서 그래도 실망한 작품이 없어서 -물론, 모두가 훌륭했던 것만은 아니지만-라고 추가해본다.

 

화이트아웃이란 영화는 남극기지에서 거센 얼음폭풍으로 모두가 철수하기로 한 당일날 발생한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스토리의 짜임새를 먼저 보자면 이야기 얼개의 처음과 마지막을 빼곤 무난하다. 그 처음은 어쩐지 작위적이었고 마지막은 다소 허황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극의 풍광과 케이트 베킨세일만으로도 그럭저럭 만족한 영화...라고 해둔다.

 

어찌됐든...4,000명 정도가 상주한다는 남극.(겨울에는 그나마 1,000명 정도란다), 그리고 어느 나라도 영토적 권리를 요구할 수 없는 마지막 남은 인류 공동의 대륙 남극. 그 곳도 인간이 거주하는 이상 탐욕과 살인은 벌어진다는 것. 영화인 이상 선악 혹은 갈등이 없을 리 없어서 그렇다지만 어쨌든 인간사회라면 어쩔 수 없나 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최후의 척박한 대륙에서 12년을 사람들을 치료하고 보살펴주던 노(老)닥터의 쓸쓸함과 허무함을 좀더 바라봐 주었다면... 하는 점이 남는다. 성실하고 사람에 대한 애정이 풍부했던 그가 자신의 지난 삶을 어떻게 돌아보는지 왜 순간적으로 유혹에 빠지게 되었는지 공감할 수 있는 과정이 송두리째 빠져버린 영화의 빈 자리가 무척 아쉽다. 나도 저렇게 곱게(?) 늙어야지 하면서 영화를 봤는데 말이다.

 

 

 

내가 본 케이트 베킨세일의 영화들 中에서...

그래도 최고는 첫 영화인 '세렌디피티'. 그 영화를 통해 '케이트 베킨세일'과 '존 쿠삭'이란 배우를 익혔다.)

 

사족. 처음에는 '베킨세일'이라 하지 않고 '바겐세일'로 외웠다. 웃기려고 그런게 아니라 외우기 쉬워서.

        내가 왜 웃기려 했겠나.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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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개봉한 영화. 로버트 드니로가 왜 명배우라 불리는지 정말 새삼 끄덕여진다.

그저 가족의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로만 알았다. 물론 갈등이 있겠지만.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영화가 아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아버지라는 존재, 아버지의 애정표현,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 등에 대해 생각했다.

 

몇 가지의 인상적인 장치들... 예를 들어 '행복하니?' 하고 일일이 묻는 아버지. 많은 장면에 드러나는 전화선의 의미. 아날로그적인 필름카메라. 아버지의 눈에 비치는 아이들의 모습..사실 그런 장치들을 의식해서 였는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런 장치들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방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뭐라 표현하긴 어렵지만 가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인건 분명하고, 배우들의 명연기에 절로 가슴이 미어지는 영화... 가슴은 따뜻하지만 겉으론 엄한 수많은 아버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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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포토 보기

 

생일날 이 영화를 봤다.

올레클럽을 통해 예매를 했더니 생일이라고 CGV에선 팝콘 세트를 공으로 주더라.

오호... 앞으로 매년 생일날 영화를 봐야겠군...

 

61분간의 해상전투신이 자주 회자되었는데 실제로는 61분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금방 지나갔다. 나름 몰입을 했었나 보다. 명량해전을 다룬 또 다른 소설이 있다. 밀리터리 소설 전문인 김경진씨가 지은 '격류'라는 책이다. 그 책에서는 아군 뿐 아니라 왜군, 왜병 개인에 대한 사연들까지 모두 담아져 있어 피아간의 절실함이 영화보다 훨씬 낫다. 아무래도 제한된 시간의 영상매체에 비해 분량에 대한 제한이 작가의 개인역량에 따른 활자매체가 가진 강점이려니 싶다. 영화에서 저격수가 이순신을 저격하는 장면은 소설에도 비슷하게 나온다. 소설의 저격수와 조선 장수의 화살 대결은 정말 손에 땀을 쥘 지경이었다.

 

상상력은 영화가 가진 또 하나의 힘이고 매력이다.

하지만 역사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빈틈에 대해서만 상상력을 허용하기에

영화제작자나 감독 입장에선 다소 서운한 부분이 있을지도.

그걸 잘 알고 있을 김한민 감독이 실제 역사와 무관한 장면들을 넣은 것들은 무슨 의도였을까

영화니까...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고, 전투 전후로의 공포감, 좌절감, 절박함 등을 극대화하려고 한 것일까. 하긴 뭐 아무려면 어떠랴. 흡족하게 영화를 보고, 영화를 만든 제작진에게 감사했으면 그만이지.

 

P.S.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의 영화와 실제 역사의 오류들.

1. 거북선의 등장 -- 거북선은 칠전량 해전에서 모두 깨졌다. 명량전투의 투입을 위해 거북선을 새로 건조하는 장면은 실제 역사에선 없었던 일.

2. 선상 백병전 -- 내가 아는 한 명량 전투에서 선상 백병전은 없었다. 실제로 조선 수군의 피해는 전사자, 부상자 수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 백병전이 벌어졌다면 조선 수군의 피해가 그 정도에 그쳤을 리가 없지.

3. 이순신의 암살 시도 -- 암살시도가 있었다면 난중일기나 조카가 후일 작성한 행록 등에 언급되지 않았을리 없다. 하지만 당시 장수들은 이순신이 부재하여 전투를 피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3. 배설의 죽음 -- 배설이 명량 전투를 앞두고 또다시 도망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도망치던 중 화살을 맞아 죽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모두 끝난후 붙잡혀 권율에 의해 처형당한다.

4. 구루지마의 죽음 -- 구루지마가 맞나, 그 이름이...그는 백병전 중 죽은 것이 아니라 전투 와중에 전사한 것을 준사가 발견하여 건져올린 것이 맞다. (사실 난중일기에 나온 목이 잘려 걸린 왜장이 구루지마인지는 좀 헷갈린다...집에 가서 난중일기를 다시 들쳐볼까...)

 

十五日癸卯 晴
1597년 9월 15일. 맑음.

招集諸將 約束曰
여러 장수들을 불러 모아 약속하되,

兵法云 必死則生 必生則死
병법에 이르기를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려고 하면 죽는다 하였고

又曰 一夫當逕 足懼千夫
또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 했는데

今我 之謂矣
이는 오늘의 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

- 亂中日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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