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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13

[슬링 샷.Slingshot.2024] Some Fears Are Darker Than Space 영화 포스터의 저 카피는그대로 영화의 한 줄 리뷰가 되기에 충분하다. 2024년 개봉한 SF스릴러 장르에 딱 맞는 이 영화는 강건했던 우주비행사인 주인공 존(케이시 애플랙)이 장기간의 우주탐사 과정에서 현실과 환상의 혼란에 점점 빠져 들어가는 모습을 위태롭게 보여준다. 반복되는 동면과 그를 위해 주입되는 약물은 존 스스로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의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알 수 없게 만들고, 결코 흔들리지 않는 선장 프랭크스(로렌스 피시번)과 점점 불안상태가 심해지는 동료 내쉬(토머 카폰)가 만드는 불안한 갈등관계는 더더욱 그를 스트레스로 몰아간다. 거기에 우주로 떠나기 전 헤어진 연인 조이(에밀리 빗첨)과의 미련은 수시로 환각과 .. 2024. 11. 6.
[모리타니안.The Mauritanian.2021] 9.11 테러가 발생한지 2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9.11의 트라우마가 미국 역사에 있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적과 아군이 분명치 않은 전쟁 -민간인이 어느 순간 적(테러리스트)로 돌변하는 전쟁에 미국이 얼마나 예민한지 알겠다. 그야말로 베트남에서의 악몽이 또다시 소환되는 게 아닌가 할 정도일 거다. '다수의 안전을 위해 소수에 대한 인권 제약'을 실행함에 있어서 -그것을 용인하느냐 여부는 차치하고- 절차적 정당성의 확보가 과연 어느 정도나 중요한 것일까. 긴급성의 측면에서 선조치 후보고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즉각적인 조치가 완료된 이후 과연 '후보고'가 철저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권력 혹은 권한자의 폭력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선조치' .. 2021. 5. 13.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스포주의) 그저그런 B급 SF인줄 알았으나 되새겨보면 나름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간혹 만나곤 한다. 특히,SF 영화들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던지는 것 같다. [다크시티 Dark City] 개봉: 1998년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출연: 루퍼스 스웰, 윌리엄 허트, 키퍼 서덜랜드, 제니퍼 코넬리 외계생명체로 보이는 '그들(이방인)' 이 도시를 건설하고 그 안에 사람들을 데려다놓은 뒤 매일 자정만 되면 사람들의 기억과 도시를 재구축하며 실험을 반복한다. 집단으로서 지식과 기억을 공유하는 그들은 개별 개체로서 기억을 갖는 인간의 '영혼'을 연구하는 실험을 매일 반복한다. 주인공은 유일하게 그들의 능력이 먹히지 않을뿐 아니라 그들과 맞먹는 정신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들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과학자의 .. 2021. 4. 6.
[조커] 회사 동료들과 영화 '조커'를 봤다. 충격적이다. 출구없는 상황이 사람을, 사회를 얼마나 절망과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는지 이 영화만큼 적나라할까. 함께 본 동료가 "좌파 영화네" 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이 영화는 왜 좌파가 필요한지 웅변하는 영화다. 분배와 정의, 공정 그리고 보편적 사회안전망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좌파라면 말이다. 2019. 10. 17.
[소수의견] 세상을 바꾸는 방법 그들의 뿌리는 튼튼하고 완강하며 깊고 넓다. 세상은 그들이 만들었으며 그들이 지키고 있으며 그들을 위해 움직인다. 그래서 이 나라는 그들의 나라이며 그들은 자신들의 희생과 봉사로 이 나라가 세워지고 유지되고 있음을 믿는다. 영화 '변호인'에서 고문경찰이 지니고 있던 '국가에 대한 신념'은 이 영화 '소수의견'에 등장하는 검사가 지닌 '국가에 대한 신념'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의 철옹성같은 '애국심'과 엘리트주의. 그것이 가능한 그들만의 사회 시스템..(국가를 위해) 그래서 네가 한 일은 뭐야? 라고 묻는 저 표정 안을 보며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다수이면서도 다수로 살아가지 못하는 우리들 대다수와 달리, 소수이면서 다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세상... 영화를 보면서 평화와 정의로 세상을 .. 2015. 7. 26.
[무뢰한] 아스라한...가슴아픈... 이 장면, 그리고 이어진 아침 밥상 장면, 차 안에서의 대화 장면에서 나는 새삼 전도연이라는 여배우가 왜 칸의 여왕인지 깨달았다. 아슬아슬한 삶에 자신도 모르게 다가온 떨림. 믿기지 않은 가느다란 한줄기 빛. 그 빛이 정말 빛인지 아니면 숱하게 겪었던 허망한 기대인지.. 조심스레, 상처받지 않으려. 제일 밑바닥에 살지만, 그래서 '상처 위에 상처, 더러운 기억 위에 더러운 기억'이 삶이라는 걸 꺠친 여자이지만, 시궁창에 온 몸이 젖어 있어도 누구에게나 진정은 있고 누구에게나 삶에 대한 사랑은 있는 거구나를 느낀다. 켜켜히 쌓인 상처 위에 또다시 상처를 덧입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이 사람을 바라보며, 이 사람과 함께 나는 새로운 인생을 바랄 수 있을까, 자신에게 묻고 상대에게 묻고, 누군가에게든 답을 듣.. 2015.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