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사는 이야기 2016. 8. 18. 00:30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무려 일주일을 Full로 꽉꽉 채웠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다. 아 물론 그 대가는 지금 혹독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ㅠ.ㅠ) 어제 보다도 더 늦은 퇴근임에도 불구하고 근 1년 넘게 버려두었던(?) 블로그를 찾아왔다. 원래는 오늘 읽은 외신기사의 감동을 갈무리해두려던 목적이었는데, 1년 전 마지막 글이 작년 여름휴가 이야기라 올해 여름휴가 이야기로 이어주는 것이 낫겠다 싶다.

 

올해 휴가지는 부산이다. 해운대에 숙소를 잡았고, 좋은 회사를 둔 덕분에(?) 숙박비는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 수년간 복지혜택을 참아왔던 아픔이 도움이 되긴 했지만... 결혼하기 전에 이곳을 왔었던 적이 있었다. 그랬던 것이 이제 10년이 지나서 두 아이를 데리고 다시 찾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가만히 있어도 녹아버릴 것 같은 폭염. 부산지역에 유래없는 폭염경보가 연이어 뉴스 Top을 차지하던 날들(부산지역 뉴스라 그런가)을 온전히 보냈다. 아이들은 생전처음 바닷가 해수욕장을 즐겼다. 물놀이는 많이 다녀봤고, 바다에 발목 정도는 담궈보긴 했지만, 출렁거리는 바다파도를 온 몸으로 맞으며 해수욕을 즐긴 건 처음이다. 사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것 같다. 아 이런 젠장. 내가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몇개인데... 헐..

 

부산에 오면 생각나는 것들, 생각나는 그리운 추억과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한 여름휴가에 나 혼자만의 추억을 찾을 수는 없다. 언제고 한번 올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 했던게 지난 10년이었듯이, 이번에도 그 생각을 접었으되 언제나 기회가 올런지는 알 수가 없겠지. 행복한 가족을 보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고되긴 해도.

 

 

강렬한 햇빛과 폭염은 고운 모래사장마저 철사장을 익히는 무쇠 솥의 모래처럼 달구어버렸다. 바닷물 속이거나 바닷물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젖은 모래 아니곤 버틸 수 없었기에 오전 시간에만 한두 시간 즐기고 돌아왔다. 덕분에 콩나물시루같은 뉴스 화면은 직접 경험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고, 반대로 그만큼 멋진 언니들도 많이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난 그저 곰 같은 마눌과 토끼같은 분신들만 보며 즐겨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멋진 언니들을 아예 못보진 않았다. 생각만큼 많이 못봤단 거지....^^;;)

 

폭염이 힘들었고, 휴가 일주일 전에 난 '해운대 광란의 질주' 사건으로 찻길을 건널 적마다 조심스럽긴 했지만 오랫만에 즐거운 가족 여름휴가였다. 내가 뿌듯해하는 만큼 가족들도 오래오래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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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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