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 식당에서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나면 대략 20~30분의 여유 시간이 남는다. 요즘엔 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기 위해 맥심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어두컴컴한 회의실로 향한다. 의자 하나를 옆으로 90도 돌려놓고 옆 의자에 최대한 깊이 몸을 묻지만, 머리 받침이 없는 말 그대로 회의실 의자라 마냥 편하진 않다. 다만 최대한 편하게 몸을 늘어뜨릴 뿐이지. 최대한 자리를 잡으면 헤드셋을 아이폰에 연결하고 '지니' 앱을 실행한다. 지난 주에 목록을 만들어 놓은 음악을 불러온다.

 

요즘 반복적으로 듣는 노래는 모두 자우림의 노래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비롯하여 '죽은 자들의 무도회', '샤이닝', '1994년 어느 늦은 밤', '미안해 널 미워해','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등등.. 김윤아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빼어난 보컬이다. 몇 년전 모 방송의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준 파격적인 노래들도 모두 훌륭하여, 그해 연말 '나가수 특집'에서 자우림이 빠진걸 두고 동생과 함께 너무너무 아쉬워했었다. 자우림의 짝수 앨범과 김윤아의 개인앨범 모두 좋다. (다만 다소 경쾌한 분위기의 홀수 앨범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자우림의 노래와 연주를 듣다보면 어두컴컴한 바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다. 김윤아의 목소리에선 맑고 청명하며서도 묘한 농밀함이 묻어난다. 이만하면 내게 가히 마력적인 음색이지. 특히, 첫 곡으로 듣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마치 아지랑이 같다. 선율이 바람에 하늘거리듯 맴도는 도입 부분은 굉장히 좋아한다. 이렇게 다섯 곡 남짓 듣다 보면 어느새 30분은 훌쩍 지나간다.

 

요즘은 퇴근후 잠들기 전 1시간 정도 책 읽는 시간과

점심 시간 자우림의 노래를 듣는 30분 안팎의 시간이 소소한 낙이다.

뱃살을 빼려면 부들부들이든 뭐든 운동도 하고 해야 하는데 그건 아마 새해가 되어야 고민해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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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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