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가 발생한지 2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9.11의 트라우마가 미국 역사에 있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적과 아군이 분명치 않은 전쟁 -민간인이 어느 순간 적(테러리스트)로 돌변하는 전쟁에 미국이 얼마나 예민한지 알겠다. 그야말로 베트남에서의 악몽이 또다시 소환되는 게 아닌가 할 정도일 거다. 

 

'다수의 안전을 위해 소수에 대한 인권 제약'을 실행함에 있어서 -그것을 용인하느냐 여부는 차치하고- 절차적 정당성의 확보가 과연 어느 정도나 중요한 것일까. 긴급성의 측면에서 선조치 후보고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즉각적인 조치가 완료된 이후 과연 '후보고'가 철저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권력 혹은 권한자의 폭력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선조치' 자체가 무의미하거나 불필요해지는 것은 또한 아니라는 생각이다. 당장 눈 앞에서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면 당장 도와주어야지 절차를 지키기 위해 신고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소수의 인권'이고, 과연 선조치가 필요한 긴급성이 인정되느냐, 그리고 선조치 이후 적절한 보고 및 절차의 진행이 완결되었느냐 이겠지. 

 

소수 혹은 특정인에 대한 인권 제약이라는 측면은 동일하지만, 그 목적과 배경이 '다수의 안전'이 아니라 '정의(Justice)의 구현'이라면? 예를 들어 범죄자의 증거 조작 및 인멸, 도피, 사실왜곡 등등이라면? 이 경우에도 물론 필요한 경우 선조치 후보고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요즘 한창 이슈인 이 모 중앙지검장에 대한 중앙지검 검사의 고소 뉴스를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모든 언론이 '불법 출국금지'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김학의 라는 이름 석자가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이러저러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이름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수사 역시 지지부진하고 모호하다는 것도 말이다. 그런 사람의 출국을 금지한 것이 자신의 부하로부터 기소당하는 이유이고, 기소 당한 지검장의 입장은 '선조치'인 것 같다. 자...그럼 선조치 이후 후보고(후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게 불법이란 건가, 선조치 자체가 불법이란 건가? 분위기 상으론 후자인 것 같다. 더 지켜봐야 겠지만 (솔직히 지켜보기 싫음) 이 나라에서 검찰이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보면 가히 검찰공화국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로 만들면 절대 안될 것 같다. 권선징악이 있을 수가 없으니.  

Posted by 행복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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