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 Fears Are Darker Than Space
영화 포스터의 저 카피는
그대로 영화의 한 줄 리뷰가 되기에 충분하다.
2024년 개봉한 SF스릴러 장르에 딱 맞는 이 영화는 강건했던 우주비행사인 주인공 존(케이시 애플랙)이 장기간의 우주탐사 과정에서 현실과 환상의 혼란에 점점 빠져 들어가는 모습을 위태롭게 보여준다. 반복되는 동면과 그를 위해 주입되는 약물은 존 스스로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의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알 수 없게 만들고, 결코 흔들리지 않는 선장 프랭크스(로렌스 피시번)과 점점 불안상태가 심해지는 동료 내쉬(토머 카폰)가 만드는 불안한 갈등관계는 더더욱 그를 스트레스로 몰아간다. 거기에 우주로 떠나기 전 헤어진 연인 조이(에밀리 빗첨)과의 미련은 수시로 환각과 환청으로 나타나면서 더더욱 존을 자신의 감각을 믿지 못하게끔 몰아간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각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조차 숨쉬기 힘들게끔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나 그 스릴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지루한 러닝타임이 될 수도 있다. 수시로 소환되는 존과 조이의 지구에서의 추억장면은 그 지루함을 달래는 숨돌리기일 수도 있고, 존의 정신상태를 지탱하는 버팀목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주로 떠나오기 직전, 우주비행사를 일생의 목표로 달려온 자신과는 달리 우주비행사로 선발되지 않기를 바랬다는 조이에게 실망하며 떠나온 이별이 내내 미련으로 남았던 것인지, 존은 조이와의 사랑에 위로받으면서도 반면에 조이의 환청과 환각에 점점 스트레스 상태에 빠진다.
우주탐사를 다룬 영화에서 가장 많이 부각되는 요인이 고립과 단절이다. 그것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심리변화의 핵심적인 이유가 되는데 이 영화 슬링샷에서 보여주는 단절은 비단 지구에서의 삶, 인연, 사회 그리고 사랑과의 단절뿐만이 아니다. 바로 반복되는 동면. 그로 인해 90일간 탐사선 안에서의 기억도 단절되고 깨어나기를 반복한다.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괴로운 그에게, 동면은 그나마의 우주 생활마저도 단절을 반복하게 하는 커다란 불안요소인 것이다.
탐사대의 캡틴 프랭크스역의 로렌스 피시번은 특유의 묵직함으로 흔들리는 존과 동료 내쉬를 붙잡아 주지만, 극도의 불안증세로 선상반란까지 모의하는 내쉬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폭력적인 모습과 함께 찬송가를 부르며 술 한 잔의 여유로운 모습을 오가며 또다른 볼안함의 원인이 된다. 대원들간의 갈등이 극한까지 이르렀을 때, 존의 간절한 질문에 인공지능이 내놓은 답변은 이 영화의 갈등과 불안의 정점이다. 그 장면에 이르러 관객조차 무엇이 현실인지 판단할 수가 없게 되면서 존을 어떻게 응원해야 할지 모르게 되어 버린다.
반전과 반전이 고조되면서 영화는 마치 강력한 태풍처럼 결말을 날려버린다. 영화는 끝날 때까지 현실과 환상을 명확하게 정리해주지 않는다. 누가 실존이고 누가 환상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로렌스 피시번의 마지막 표정은 잊혀지지 않는다.그는 실존하는 캡틴이었을까 아니면 존이 만들어낸 환상이었을까. 존의 임무에 대한 강건함과 의무가 프랭크스로 실현되고 존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내쉬로 실현된 환상이었을까. 액션은 없지만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한번쯤 권해도 괜찮은 영화였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리타니안.The Mauritanian.2021] (1) | 2021.05.13 |
---|---|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스포주의) (0) | 2021.04.06 |
[조커] (0) | 2019.10.17 |
[소수의견] 세상을 바꾸는 방법 (0) | 2015.07.26 |
[무뢰한] 아스라한...가슴아픈... (0) | 2015.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