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가 발생한지 2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9.11의 트라우마가 미국 역사에 있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적과 아군이 분명치 않은 전쟁 -민간인이 어느 순간 적(테러리스트)로 돌변하는 전쟁에 미국이 얼마나 예민한지 알겠다. 그야말로 베트남에서의 악몽이 또다시 소환되는 게 아닌가 할 정도일 거다. 

 

'다수의 안전을 위해 소수에 대한 인권 제약'을 실행함에 있어서 -그것을 용인하느냐 여부는 차치하고- 절차적 정당성의 확보가 과연 어느 정도나 중요한 것일까. 긴급성의 측면에서 선조치 후보고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즉각적인 조치가 완료된 이후 과연 '후보고'가 철저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권력 혹은 권한자의 폭력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선조치' 자체가 무의미하거나 불필요해지는 것은 또한 아니라는 생각이다. 당장 눈 앞에서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면 당장 도와주어야지 절차를 지키기 위해 신고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소수의 인권'이고, 과연 선조치가 필요한 긴급성이 인정되느냐, 그리고 선조치 이후 적절한 보고 및 절차의 진행이 완결되었느냐 이겠지. 

 

소수 혹은 특정인에 대한 인권 제약이라는 측면은 동일하지만, 그 목적과 배경이 '다수의 안전'이 아니라 '정의(Justice)의 구현'이라면? 예를 들어 범죄자의 증거 조작 및 인멸, 도피, 사실왜곡 등등이라면? 이 경우에도 물론 필요한 경우 선조치 후보고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요즘 한창 이슈인 이 모 중앙지검장에 대한 중앙지검 검사의 고소 뉴스를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모든 언론이 '불법 출국금지'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김학의 라는 이름 석자가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이러저러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이름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수사 역시 지지부진하고 모호하다는 것도 말이다. 그런 사람의 출국을 금지한 것이 자신의 부하로부터 기소당하는 이유이고, 기소 당한 지검장의 입장은 '선조치'인 것 같다. 자...그럼 선조치 이후 후보고(후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게 불법이란 건가, 선조치 자체가 불법이란 건가? 분위기 상으론 후자인 것 같다. 더 지켜봐야 겠지만 (솔직히 지켜보기 싫음) 이 나라에서 검찰이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보면 가히 검찰공화국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로 만들면 절대 안될 것 같다. 권선징악이 있을 수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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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그런 B급 SF인줄 알았으나

되새겨보면 나름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간혹 만나곤 한다.

특히,SF 영화들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던지는 것 같다.

 

[다크시티 Dark City]

개봉: 1998년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출연: 루퍼스 스웰, 윌리엄 허트, 키퍼 서덜랜드, 제니퍼 코넬리









외계생명체로 보이는 '그들(이방인)' 이 도시를 건설하고

그 안에 사람들을 데려다놓은 뒤 매일 자정만 되면 사람들의 기억과 도시를 재구축하며

실험을 반복한다. 집단으로서 지식과 기억을 공유하는 그들은

개별 개체로서 기억을 갖는 인간의 '영혼'을 연구하는 실험을 매일 반복한다.

주인공은 유일하게 그들의 능력이 먹히지 않을뿐 아니라 그들과 맞먹는 정신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들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과학자의 도움으로 결국 그들을 무력화시키고

매일 그들에 의해 주입되는 기억이 아닌 스스로의 기억으로 살기 위한 자유를 되찾는 싸움을 해나간다는 내용이다.

1998년 작품이라 CG도 지금의 눈높이로 보면 조악한 편이고

주인공의 뜬금없는 능력치에 대한 설명이나, 도움을 주는 과학자의 정체성 등의 자잘한 부분은 있으나

인간 개별이 갖는 영혼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라는 주제는 제법 강렬하다

 

[익스팅션.종의 구원자 Extinction]

개봉: 2018년
감독: 벤 영
출연: 마이클 페나, 리지 캐플란, 마이크 콜터, 엠마 부스











이건 극장개봉작은 아니고 넷플릭스 개봉영화인데, 반전이 장난 아니었다.

주인공의 계속되는 악몽. 어딘가 이상한 정신치유 병원. 악몽과 똑같은 외계생명체의 침략...

막강한 외계생명체의 공격 앞에 사람들은 죽어가고 도망치는 와중에 주인공 일행은

어떻게(?) 미리 대비를 하고 있던 동료들과 합류하게 되고

또한 외계생명체 한 명을 사로잡게 된다.

외계생명체를 무력화시킨 뒤, 그 헬맷을 벗겼을때 나타는 모습은...바로 '인간'의 모습!

똑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의 말을 하는 그 '외계인'은 아내를 치료해야 하는 주인공과 함께 남게되고

아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외계인이야말로 원래 지구에 살던 인간들이고

자신들은 인간에 의해 탄생한 AI 안드로이드인데 인간과 전쟁을 벌인 후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화성으로 쫓겨난 인간은 몇 세대 이후 지구를 되찾기 위해 공격해 온 것이라는 것이었다.

영화는 결말을 보여주지 않지만, '외계생명체(사실은 인간)'를 피해 대피장소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침략자를 물리치고 자신들의 고향 지구를 기필코 지키겠다는 '현생 인류(사실은 AI 안드로이드)'들의 다짐을

보여주며 이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이쯤되면... 주인공의 시점으로 영화를 따라가던 나 역시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과거의 고향/조국을 되찾기 위한 원 주인들의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침략은

실제 우리 세계사에서도 흔했던 일이고,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곳곳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특히 인간과, 스스로를 인간으로 알면서 인간과 다름없는 인간성으로 사는 AI안드로이드는

신체구조 외엔 영화 내 설정에선 조금도 차이가 없다. 그럼 어느 쪽이 정말 인간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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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골골]

사는 이야기 2020. 10. 29. 23:20

1년 만의 방문이다. 

여기가 내 집인가? 분명 주소를 보면 내 블로그는 맞는데

이렇게 아무도 찾지 않아 -심지어 나조차도- 방치되어 있으니

아무렴 낯설 수 밖에.

 

이제 나도 어느새 

운동이 필요해 라고 말만 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올해는 특히

어렵고 난감하고 불쾌한 일들이 많은 한 해였다.

아직 2달 남았지만.

 

회색의 일 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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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영화 이야기 2019. 10. 17. 19:41

회사 동료들과 영화 '조커'를 봤다.
충격적이다.
출구없는 상황이 사람을, 사회를 얼마나 절망과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는지
이 영화만큼 적나라할까.

함께 본 동료가 "좌파 영화네" 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이 영화는 왜 좌파가 필요한지 웅변하는 영화다.
분배와 정의, 공정 그리고 보편적 사회안전망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좌파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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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사는 이야기 2016. 8. 18. 00:30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무려 일주일을 Full로 꽉꽉 채웠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다. 아 물론 그 대가는 지금 혹독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ㅠ.ㅠ) 어제 보다도 더 늦은 퇴근임에도 불구하고 근 1년 넘게 버려두었던(?) 블로그를 찾아왔다. 원래는 오늘 읽은 외신기사의 감동을 갈무리해두려던 목적이었는데, 1년 전 마지막 글이 작년 여름휴가 이야기라 올해 여름휴가 이야기로 이어주는 것이 낫겠다 싶다.

 

올해 휴가지는 부산이다. 해운대에 숙소를 잡았고, 좋은 회사를 둔 덕분에(?) 숙박비는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 수년간 복지혜택을 참아왔던 아픔이 도움이 되긴 했지만... 결혼하기 전에 이곳을 왔었던 적이 있었다. 그랬던 것이 이제 10년이 지나서 두 아이를 데리고 다시 찾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가만히 있어도 녹아버릴 것 같은 폭염. 부산지역에 유래없는 폭염경보가 연이어 뉴스 Top을 차지하던 날들(부산지역 뉴스라 그런가)을 온전히 보냈다. 아이들은 생전처음 바닷가 해수욕장을 즐겼다. 물놀이는 많이 다녀봤고, 바다에 발목 정도는 담궈보긴 했지만, 출렁거리는 바다파도를 온 몸으로 맞으며 해수욕을 즐긴 건 처음이다. 사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것 같다. 아 이런 젠장. 내가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몇개인데... 헐..

 

부산에 오면 생각나는 것들, 생각나는 그리운 추억과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한 여름휴가에 나 혼자만의 추억을 찾을 수는 없다. 언제고 한번 올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 했던게 지난 10년이었듯이, 이번에도 그 생각을 접었으되 언제나 기회가 올런지는 알 수가 없겠지. 행복한 가족을 보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고되긴 해도.

 

 

강렬한 햇빛과 폭염은 고운 모래사장마저 철사장을 익히는 무쇠 솥의 모래처럼 달구어버렸다. 바닷물 속이거나 바닷물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젖은 모래 아니곤 버틸 수 없었기에 오전 시간에만 한두 시간 즐기고 돌아왔다. 덕분에 콩나물시루같은 뉴스 화면은 직접 경험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고, 반대로 그만큼 멋진 언니들도 많이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난 그저 곰 같은 마눌과 토끼같은 분신들만 보며 즐겨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멋진 언니들을 아예 못보진 않았다. 생각만큼 많이 못봤단 거지....^^;;)

 

폭염이 힘들었고, 휴가 일주일 전에 난 '해운대 광란의 질주' 사건으로 찻길을 건널 적마다 조심스럽긴 했지만 오랫만에 즐거운 가족 여름휴가였다. 내가 뿌듯해하는 만큼 가족들도 오래오래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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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들

마음 이야기 2015. 7. 30. 16:31

# 폭염 속에 간간이 내리던 소나기도 청량감을 느낄 수가 없다. 초록색과 황토색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단단한 도시에서 그들을 만나기 때문일까. 가슴 철렁하도록 시원한 소나기가 그립고 바람에 나뭇잎이 펄럭이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 휴가를 예정해 놓긴 하였지만 가족들과의 일정이 어긋나는 바람에 어떤 계획도 없다. 온전히 나 혼자에게만 덩그러니 주어진 시간이라면 그나마 홀연한 여정이라도 생각해보건만, 이번엔 그러지도 못할 것 같다. 눅눅한 방 한 쪽에서 책이나 읽으면서 폭염을 견뎌야 할 듯 싶다.

 

# 법륜 스님의 말과 글은 정말 늘 불안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단비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스님의 말씀처럼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살 수는 없겠지만 -내가 못한다고 '모든 사람들'로 일반화 시키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문득문득 접하면서 수시로 자신을 돌이켜 본다면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생활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어른이 보기에는 아이들이 아무리 성장해도 아이라지만, 가장 위험한 건 그들의 성장속도조차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의식과 생각의 눈높이를 맞추고 공감을 해주지 않는다면 그 무슨 배려를 한들 그게 진정한 배려일까 아니면 어른(부모?)로서의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기만족일까.

 

# 세상에 퍼진 구름이 너무 두껍고 넓어 파란 하늘을 온통 가리고 있다면, 그래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파란 하늘 자체가 남아있게 되지 않는다면, 아마 모두들 음울한 구름 아래서 살아가는 방법이 가장 정상적이고 평범한 생활이라고 인식하게 되겠지. 모든 색상과 의식과 습관이 그렇게 맞춰질테고... 지금 이 세상에 퍼져있는 부조리와 부정도 그러할까? 보신(保身)과 탐욕, 비상식이 정상인 세상이 너무나 슬프다.

 

# 다시 역사책을 읽고, 다시 철학 책을 읽는다.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내 자식들은 내 얘기를 들어줄 것이고 나는 내 자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얘기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만이 소심한 내겐 최선이다. 매주마다 차곡차곡 쌓이는 '시사IN'의 두께와 무게가 버겁지만 아직은 버릴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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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뿌리는 튼튼하고 완강하며 깊고 넓다. 세상은 그들이 만들었으며 그들이 지키고 있으며 그들을 위해 움직인다. 그래서 이 나라는 그들의 나라이며 그들은 자신들의 희생과 봉사로 이 나라가 세워지고 유지되고 있음을 믿는다.

 

영화 '변호인'에서 고문경찰이 지니고 있던 '국가에 대한 신념'은 이 영화 '소수의견'에 등장하는 검사가 지닌 '국가에 대한 신념'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의 철옹성같은 '애국심'과 엘리트주의. 그것이 가능한 그들만의 사회 시스템..(국가를 위해) 그래서 네가 한 일은 뭐야? 라고 묻는 저 표정 안을 보며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다수이면서도 다수로 살아가지 못하는 우리들 대다수와 달리, 소수이면서 다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세상... 영화를 보면서 평화와 정의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참으로 순진한 환상이란걸 느낀다. 뒤엎지 않는 한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뒤엎을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은 세상...결국 끝이 어디일지 모른채 다 함께 질주할 뿐이다. 설국열차처럼 언젠가는 다함께 종말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남주가 사건을 맡고 매달리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온 몸을 내던져 완강한 권력과 맞서 싸운 동기가 불분며했다는 것을 제외하곤, 지나치게 리얼해서 놀랐다. 용산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 (아마도 용산은 이보다 더 치열하고 숨막힌 현장이었을테지) 라는 점에서도 집중하게 되었지만 소신있는 기자와 그를 밀어주는 데스크, 남주에 대한 변호사협회징계를 무산시킨 영감님(?) 등의 존재는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거 같다. 현실에선 이런 싸움이 이렇게 커지지도 않을 것이고, 이렇게 선전할 수도 없을 것이다.

 

내가 너무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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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그리고 이어진 아침 밥상 장면, 차 안에서의 대화 장면에서

나는 새삼 전도연이라는 여배우가 왜 칸의 여왕인지 깨달았다.

 

아슬아슬한 삶에 자신도 모르게 다가온 떨림. 믿기지 않은 가느다란 한줄기 빛. 그 빛이 정말 빛인지 아니면 숱하게 겪었던 허망한 기대인지.. 조심스레, 상처받지 않으려. 제일 밑바닥에 살지만, 그래서 '상처 위에 상처, 더러운 기억 위에 더러운 기억'이 삶이라는 걸 꺠친 여자이지만, 시궁창에 온 몸이 젖어 있어도 누구에게나 진정은 있고 누구에게나 삶에 대한 사랑은 있는 거구나를 느낀다. 켜켜히 쌓인 상처 위에 또다시 상처를 덧입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이 사람을 바라보며, 이 사람과 함께 나는 새로운 인생을 바랄 수 있을까, 자신에게 묻고 상대에게 묻고, 누군가에게든 답을 듣고 싶지만, 그 사람조차도 망설임과 불안에 결국은 어렵게 내비친 진심 한 조각 마저도 진심일리가 없다고 스스로를 부정한다. 아 그렇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는 이유로 다른 이에게 믿음과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것이 자신은 상대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 날카로운 비수에 의한 상처로 남는 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 특히 남여 간의 감정선인 것을.

 

영화 마지막 순간, 여자의 무너지는 울음은 그 자체로 이 영화의 핵심이고 전부였다. 명품 배우의 명품 연기는 빛을 발했지만 영화는 -개인적으로- 어정쩡한 결말로 감흥을 덜어버렸다. 남주인공의 배려는 또다른 감동이 될 수 있었는데 마지막 대사는 수수께끼같다. 감독은 무슨 의도로 그 마지막 대사를 넣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구태여 알아보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도연의 명품 연기에 감동한 영화. 그거 빼곤 별볼일 없음.

 

P.S. 그러고보니 전도연의 영화를 제대로 본 작품이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 유명한 '접속' 부터 '하녀', '밀양','집으로 가는길' 등등... 그 많은 영화 중에서 처음부터 제대로 본 작품은... 황정민과 함께 나온 영화...시한부 삶인 다방 여자로 나와 황정민의 순애보로 관객들을 울린 영화.. 뿐인 것 같다. 아.. 이런... 예의가 아닌 것 같은 기분. 죄송합니다. 전도연 씨. 앞으론 잘 찾아보겠습니다. (곧 개봉한다는 '협녀...' 영화는 안땡기긴 합니다. 아직까지는.. 제가 사극 영화라면 대체로 모두 좋아하는 편인데 말이죠... 긍정적이고 전향적으로 생각해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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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마음 이야기 2015. 7. 6. 22:51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캄캄한 방 안이 밝아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그 방이 백년 전부터 어두웠든 어제부터 어두웠든 불빛 하나 밝히면 어둠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이것이 깨달음의 원리입니다. 아무리 두터운 업장이라도 불법의 이치에선 작은 차별조차 없습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서는 업의 가볍고 무거움, 수행한 시간의 길고 짧음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법륜 스님의 금강경 강의 p.123

 

하지만 스님.

이 땅에는 순식간에 사라져야 할 어둠이 너무도 넓고 깊고 완강해요....

옳고 그름, 선하고 악함, 기쁨과 슬픔, 분노와 절망...이 모두가 '분별하는 마음',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하시는 스님..구구절절이 옳고 마땅한 말씀이지만 그렇게 해탈해버리기엔 이 각박하고 짐승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범부들이 너무도 가엾고 또 앞으로 살아가야 할 제 자식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걸 어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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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하세요

마음 이야기 2015. 6. 24. 09:07

불교철학에서의 가장 핵심적인 화두는 역시 싯다르타가 태어나자마다 외쳤다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온 세상 천지에 나혼자 잘났다 라는 선언처럼 들리긴 하지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스스로 홀로이 존귀한 존재라고 인식하고 선언하는 것. 그렇게 행동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의 모습. 스스로의 주인인 모습. 깨달음의 모습이 아닐까. 유학에서는 충효예의가 중요하여 군주, 부모, 스승, 남녀, 벗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와 그 도리를 확립하여 사회 속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사고하고 처신하는 것을 관습적으로 정의하고자 하는 것과 비교할때, 불교는 자아에 대한 깨닮음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차이이다.

 

당나라 시대의 중심 사상이었던 불교사상에 대해 송나라 시대에 들어와 유학의 르네상스를 꾀한 유학자가 주희다. 그가 절묘하게 유학과 불교를 융합하여 내놓은 것이 바로 주자학 혹은 성리학이라 불리우는 신(新)유학인데, 그 내용을 설명하는 예가 우리에게도 '월인천강지곡'으로 익숙한 '월인천강'이란 개념이라 한다.

 

월인천강(月印千江).

'달은 천개의 강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라는 뜻이다. 직역하면 '달이 천 개의 강에 도장을 찍다'라는 뜻이지만.

월인천강은 성리학의 핵심개념이다. 바다든 강이든 개울이든 항아리에 고인 물이든 접시에 담긴 물이든, 흐르는 물이든 고여있는 물이든 굽이치는 물이든, 달 그림자는 다양한 모습으로 비추지만 결국 본질은 하나의 달이고 그림자는 자기가 담긴 물의 형태와 속성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 뿐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형태와 속성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이 '리(理)'이고 본질적인 달 그 자체는 '성(性)'이라는 것이 理卽性 이론이고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 아마 성리학(性理學)의 어원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유학이면서도 불교적 흔적이 섞여있는 것이 주자학(성리학)이건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것이 신생국 조선에 건너와서는 교조가 되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만큼 뿌리깊은 사대의식이 부끄럽기도 하고.... 조선 선비에게 요구된 자질이 결코 문(文)에 치우치지 않고 문무겸비를 요구했다 한다. 선비들은 풍광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음풍농월에 시화만 즐긴 것이 아니라 활쏘기도 즐겨 하고 양인들의 씨름판에도 적극 참여했다는데 어쩌다 성리학이 관념적인 교조로 굳어버리게 되었는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적 갈등의 관점으로만 보았을때 조선의 역사는 사화-당쟁-세도로 이어지는 500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마도 그 과정에서 나름의 이론적 정당성 획득을 위해 성리학에 들어있는 '자아에 대한 통찰'은 사라지고 '권위와 질서에 대한 복종'만 강하게 작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성과 자기 혁신의 힘을 잃고 결국은 망국을 피하지 못했던 조선을 돌이켜보고, 다른 사상(불교, 동학, 천주교, 실학 등)은 결코 용납하지 못했던 편협한 교조주의의 역사를 되새기지 못한 결과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2015년의 대한민국도 그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나 돌아보면 암담하기 그지없다. 사회지도층은 부패와 비리, 서로서로 기득권과 권력의 씨줄낱줄을 '관행'이라 정당화하며 사상적 차별성은 '체제전복', '종북', '좌빨' 이라며 금기시한다. 역동적인 시민사회의 저항은 무뎌졌다. 4.19때는 중고등학생이 기폭제가 되었지만 30년이 지난 87년 민주화때의 중심 흐름은 대학생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현재, (수학문제같은) 순서대로라면 학생들이 아닌 시민들이 변혁의 기폭제이거나 중심이 되어야 하겠지만 그게 가능한 일일까. 중고등학생은 입시에 목매어 위태로운 사다리의 허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대학생들 역시 눈 앞의 미래조차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일반 시민들은 자신과 가족의 생계 뿐 아니라 생명까지도 스스로 지켜야 할 시대에 서 있으니.

 

결국 철학이라는 것, 사상이라는 것은 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이고 사회를 지키는 토대가 된다. 다시 불어오는 인문학의 바람이 그러한 깨달음에 이르지 않는다면 인문학 열풍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요즘 들어 다시 들여다 보게 되는 철학책들을 읽으며 가슴 속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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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만에. 차분한 빗소리를 듣는 밤을 맞이한다. 툭.툭.소리가 들리는 것이. 내가 앉아 있는 이곳이 콘크리트 아파트란 것을 잊게 한다. 마치 어릴적, 슬래트 지붕 아래의 밤에, 마당의 장독대와 너른 토란잎 위로 빗방울 떨어지던 소리를 다시 듣는 것 같다. 

 

한명기 교수의 '병자호란'을 읽는 중이다. 읽으면서 느끼는 것인데.. 500년 가까이 지난 이야기건만, 그떄나 지금이나 부패와 무능, 그리고 철학의 부재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누구였나.. 이젠 이런 것도 가물가물하군.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던 것이..아마도 샤르트르 아니면 엘리엇일텐데...어쨌든. 뭐 좋다. 4월이 참 잔인하다는 것을 참 실감나게 해주는 2015년이다. 아니 2014년 4월에서 시작되었지만. 더한 것은, 4월이 끝나감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4월이 지난지 1년이 지났음에도 우린 여전히 잔인한 4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기가 막히다.

 

사람들은 무언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떄, 비 내리는 것을 하늘이 흘리는 눈물이라 표현한다. 민심은 천심이며, 백성이 곧 하늘이라는 고대 사상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누구라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램. 누군가는 풀어주었으면 하는 소망. 속으로 삼키지 못해 꾸억거리는 슬픔을. 두 발 달린 짐승들은 외면하고 몰라주어도 하늘만은 알아준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위로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이제는 제발 좀. 더이상은 좀. 하지만 어쩌랴. 모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인걸...

 

툭.툭.거리는 빗소리가 좀더 굵어진 것 같다. 지나가는 자동차에 치인 물웅덩이 소리. 거기에 섞인 낮은 쿠르릉 소리. 읽던 책을 덮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 책은 시간을 많이 두고 읽어야한다. 하긴 어떻게 읽든 소화불량이 될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역사평설 병자호란 1, 2권

저자: 한명기

출판사: 푸른역사

초판: 2013.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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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

사는 이야기 2015. 3. 28. 16:58

우리 식구들은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퍼즐놀이를 좋아한다.

이미 아이를 가지기 전부터 고흐나 무하의 그림들을 500피스, 1000피스 짜리로 짜맞추어 액자로 여기저기 걸어도 놓았고, 아이들이 생긴 후부터는 각종 캐릭터부터 최근 겨울왕국까지 피스 조각의 수를 점점 늘려가며 쌓아가는 중이다. 그러다 첫째가 요즘 공룡에 꽂히면서 3D 종이퍼즐로 공룡들도 여럿 만들다가

엊그제 교재를 사러간 도서관에서 황금빛 거북선 3D 퍼즐을 샀다.

아들 녀석은 엄청 흥분.... 그 날 녀석의 그림일기에는 그 흥분이 철철 넘쳐서 차마 내가 장식용으로 산 것이란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ㅠ.ㅠ) "그래 네꺼야" 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까운건 내 퇴근 시간 이후에 작업을 하자니, 아들 취침시간을 훌쩍 넘겨 집에 들어가기 일쑤인 데다가

간혹 그 전에 퇴근한다 하더라도 채 1시간도 함께 하지 못하기에, 같이 만들 시간을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실, 조각을 떼어내는 것부터 맞추는 것까지 이제 초등2학년이 혼자 하기엔 무리다. 이거 장난 아니드라..끼워 맞추는 구멍도 너무 작아 부릅뜨고 노려보다가 눈이 아플 정도..)

 

그러다 드디어 어제 저녁에 완성.

번쩍번쩍 제법 황홀하다. (얼마나 갈런지 벌써부터 걱정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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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디테, 제우스, 오이디푸스, 이아손, 오디세우스, 헤라클레스...

이름만 들어도 설렜던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과 영웅들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

아동용 책들을 찾다가, 무심코 발견한 책이다.

 

오래된 명화들을 모아 책 한권을 꾸미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는데

국내에 2012년에 소개되어 7권까지 나온 것 같다.

7권 모두 구하기 힘들어, 중고샵을 뒤졌더니 6권을 거의 새 책 상태로 구입할 수 있었다. 가격도 거의 절반 수준으로...

 

받아보자마자 아이들보다 먼저 내가 읽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들이 많아 '헐벗은' 그림들이 너무도 많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좀 어색했지만

아직은 어리니 큰 문제는 없겠다 싶기도 하다... (아이들이 아닌 나로선.... 크흠!)

 

오랫만에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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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온전히 쉰다는 전제 하에... 며칠 동안 읽을 책을 미리 주문했다.

명절이면 택배가 지연되는 일이 왕왕 있는 터라 넉넉한 일정으로 주문했더니만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이 바로 당일날 배송되더라...

 

 

1. 나라가 버린 사람들

조선 중기... 그러니까 16세기에 갑자기 조선 땅에 불어닥친 참혹한 전쟁들

왜란과 호란. 그 시기의 조선 성인 남성은 거의 대부분의 생을 전쟁으로 보내야 했다. 1592년 임진왜란부터 1636년 병자호란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전쟁을 치룬 것이다. 그 시기를 겪은 군인 혹은 일반 백성들의 이야기가 이후에 이야기로 소설로 남겨진 것들이 많았는데 그 소설들-아마도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로 추정되는-을 통해 그 시기 이 땅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17세기~19세기 사이에 나온 이 이야기들은 거의 대부분 처음 들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오늘날로 치면, 음 뭐랄까... 실화를 영화로 다룬 것에 비할까? '집으로 가는 길', '변호사', '국제시장' 등등. 정치인이나 군인, 국제정세와 전쟁의 흐름 관점이 아닌 그 속에서 부대낀 일반 백성의 입장에서의 전쟁을 알게 해주는 책.

 

2. 세계사를 보다

이건 뭐... 순전히 초등/중학생을 위한 세계사 책이다. 잘못 샀어.. ㅠ.ㅠ 그래도 기계적인 동서양 시대순의 나열이 아니고 제법 친절한 설명이 구석구석에 박혀있고 당시의 지도와 일러스트도 괜찮다. 우리 아이가 나중에 좀 커서 보면 딱 좋을 것 같은데, 그러려면 한참을 좀 묵혀둬야 할 것 같다.

 

3.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발칙한 생각들

현직 교사가 펴낸, 인류의 창의성과 생각 뒤틀기의 사례들. 이런 책, 너무 재미있다. 청소년들에게 꼭 권해보고 싶은 책. 삶이 너무 지루하고 회의감이 뒤범벅된 어른에게도 권해보고 싶은 책.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4. 서해전쟁

NLL 파동으로 한반도의 화약고가 된 서해에서의 남북의 지난 5번의 무력 충돌을 고리로 남한 국방지도부의 어처구니없는 자기 본능(전투를 통해 존재가치를 입증하려는 본능적 속성?) 그리고 국가와 국민에 대한 안전과 미래에 무책임한 정권의 갈팡질팡을 실제 전현직 장성과 장교들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낸, 안보전문가 김종대씨의 책. 너무나 무책임하고 너무나 무능하고 너무나 사대적이인 이들에게 이 나라 국방 지휘권이 있다는 사실 (그나마 전시작전권이 없다는 게 다행일까 하는 생각마저도...) 이제 초입부분을 읽는 중이건만 벌써부터 참담한 현실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

 

5. 에디톨로지

뭐하는 사람이더라.. 심리학교수던가.. 뽀골뽀골 파마머리로 입담좋은 김정운 교수의 책. 아직 못 읽어봤다. 이것도 꽤 재미있을 거라고 기대함.

 

하지만 정작 읽고 싶은 책은 못 구입했다.

황광우씨의 고전의 시작 세트.. 찜해놓고 벼르고 있다.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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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는 이야기 2015. 2. 3. 20:32

참 오랫만에 책을 몇 권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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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파크

Central Park

기욤 뮈소 지음(2014)

 

2015년 들어 처음 읽은 책. 프랑스 소설. 낯설은 작가.

(처음 읽은 책이 맞는지는 좀 생각해봐야겠다...)

 

작년부터 아내가 인터넷으로 한번에 여러 권씩 주문해서 책을 읽는다.

대개 99%가 소설이다. 이번엔 법륜스님의 저서 외 3권 모두 소설이었는데

하루에 한권씩 해치우고 오늘은 도서관에서 따로 빌려온 두꺼운 책을 읽고 있다.

왕성한 저 독서욕. ^^

 

'센트럴파크'는 다 읽고 책장에 포개놓은 소설 3권중에서 따라읽기한 소설이다.

표지 그림부터가 왠지 스릴러일 거 같아서 제일 먼저 집어들었는데

흥미진진하게 따라가는 맛이 제법이었다.

 

스릴러는 영화든 책이든 뭐니뭐니해도 스토리의 호흡과 속도에 온전히 맞춰가는게 맛이다.

곳곳에 숨겨진 단서로 나름대로 두뇌를 돌리면서 이후의 전개를 상상 혹은 기대하면서 읽는 재미.

이 책도 거의 막바지까지 한 호흡으로 읽어나갔다. 그런데 마지막에 반전으로 펼쳐진 결말은.... 하아~ (깊은 한숨)

 

만약 누가 나에게 이 책에 대한 별점을 부여하라면.... ★★☆☆☆ 이렇게 주고 싶다.

(저 별 중 하나는 강렬한 뒤태의 표지 그림을 위하여)

나름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결말이 너무 허망했다. 고백으로 끝내버리다니..

 

움베릍 에코의 '장미의 이름' 만큼 묵직한 스릴러를 원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늑대의 제국'이나 '다빈치 코드' 정도였으면 좋았을텐데...

먹고나니 끝 맛이 뭔가 개운치않은 느낌이다.

 

프랑스 소설. 낯설은 작가. 2015년 들어 처음 읽은 책...이 맞는지 꼭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지.

 

 

 

Posted by 행복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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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넋두리

사는 이야기 2015. 1. 13. 10:52

거의 한 달에 걸친 어마무지한 삽질이 거의 끝을 향해 가고 있고, 참으로 오랫만에 블로그에 들른다.

그렇다해도, 새해 첫 포스팅이 '진짜....' 하고 말도 끝맺지 못하는 글을 쓴 건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

이젠 강력한 한파도 없을 거라던데, 남은 쌀쌀함은 너그러운 맘으로 받아들여야겠다.

 

명색이 새해인데(보름이 다 되어가고 있으니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지나간 해를 뭐라도 반성하고

다가올 해를 뭐라도 다짐하고

그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머릿 속은 그냥 폭설에 뒤덮인 겨울왕국이다. 마냥 새하얗다.

 

돌이켜보면 캠핑장이나 놀이기구는 제법 다니고 극장도 가끔씩은 다녀본 것 같은데

아쉬운건 볼링장이나 Bar 같은, 내 전통적인(?) 공간은 언제 가봤는지 가물가물하다는 점이다.

새해엔 좀 다녀봐야 할텐데, 하.. 모르겠다.

 

새해 바램으로는...음. 단골손님이라는 운동, 금연, 독서, 다이어트, 취미생활...

뭐냐. 쇼핑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인데, 딱히 솟구치는 바램은 없다.

로또당첨 같은건 말도 안될테니 집어치우고

그저, 2014년처럼 암담하고 잔인한 해가 되지 않기만을 바래본다.

바랠 것 뭐 있겠나, 우리 식구들 건강하게 밥 세끼 잘 먹을 수 있고

내가 사는 세상 정말 창피하거나 위험하거나 잔인하지 않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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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에바그린..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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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 식당에서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나면 대략 20~30분의 여유 시간이 남는다. 요즘엔 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기 위해 맥심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어두컴컴한 회의실로 향한다. 의자 하나를 옆으로 90도 돌려놓고 옆 의자에 최대한 깊이 몸을 묻지만, 머리 받침이 없는 말 그대로 회의실 의자라 마냥 편하진 않다. 다만 최대한 편하게 몸을 늘어뜨릴 뿐이지. 최대한 자리를 잡으면 헤드셋을 아이폰에 연결하고 '지니' 앱을 실행한다. 지난 주에 목록을 만들어 놓은 음악을 불러온다.

 

요즘 반복적으로 듣는 노래는 모두 자우림의 노래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비롯하여 '죽은 자들의 무도회', '샤이닝', '1994년 어느 늦은 밤', '미안해 널 미워해','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등등.. 김윤아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빼어난 보컬이다. 몇 년전 모 방송의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준 파격적인 노래들도 모두 훌륭하여, 그해 연말 '나가수 특집'에서 자우림이 빠진걸 두고 동생과 함께 너무너무 아쉬워했었다. 자우림의 짝수 앨범과 김윤아의 개인앨범 모두 좋다. (다만 다소 경쾌한 분위기의 홀수 앨범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자우림의 노래와 연주를 듣다보면 어두컴컴한 바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다. 김윤아의 목소리에선 맑고 청명하며서도 묘한 농밀함이 묻어난다. 이만하면 내게 가히 마력적인 음색이지. 특히, 첫 곡으로 듣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마치 아지랑이 같다. 선율이 바람에 하늘거리듯 맴도는 도입 부분은 굉장히 좋아한다. 이렇게 다섯 곡 남짓 듣다 보면 어느새 30분은 훌쩍 지나간다.

 

요즘은 퇴근후 잠들기 전 1시간 정도 책 읽는 시간과

점심 시간 자우림의 노래를 듣는 30분 안팎의 시간이 소소한 낙이다.

뱃살을 빼려면 부들부들이든 뭐든 운동도 하고 해야 하는데 그건 아마 새해가 되어야 고민해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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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가장 가까운 역사이지만 가장 감춰진 역사.

그 속의 인물들에 대해 길지 않게 소개한 글들을 모아놓았다.

아뭏튼 부담스럽거나 어렵지 않은 수준의 이 책을

앞서 이야기한 '대담한 미래2'와 동시에 틈틈이 읽고 있다.

인물 중심으로 단락이 구분되어져 있어 가능하다.

 

독서를 할 때 역사 분야로의 편식이 심한 편이지만

나 역시 부끄럽게도 근현대사에 대한 접근은 나도 모르게 꺼려지는 편이다.

아마도

내가 살고 있는 현재를 있게 한 바로 그 뿌리가 맞닿아 있으되

너무나도 분하고 부끄럽고 참담할 뿐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내가 왜 근현대사에 대해선 조선 시대사만큼 관심이 안갈까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부끄러운 역사는 반드시 공식적인 역사로 그 부끄러움을 고백하여야 하고

단죄받을 사람들은 어떻게든 단죄가 되어야 하고 (실제 처벌을 받든 안받든)

시대의 소명을 받아안고 헤쳐온 사람들은 그만큼 인정이 되어야 한다.

그런 시대가 현실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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